시크한 가족의 Chic House

2018.05.05


누구에게나 자신만이 꿈꾸는 로망 하우스가 있다.
하지만 아무나 가슴 속의 로망 하우스를 구현할 수 있는 용기와 결단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언제나 존재하는 법이니까.


MODERN & CHIC


공간은 인간의 뇌, 행동, 그리고 삶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강한 힘을 지녔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집은 인간의 삶을 담는 ‘공간’이라는 의미보다는 돈과 효용이라는 경제적 의미를 투영하기 시작했다. 로망 하우스가 영원히 로망으로 머무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 흰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듯 자신들이 꿈꾸는 공간을 거침없이 표현한 가족이 있다. 조경 디자이너로 활동 중인 안주인 서인영 씨와 사업하는 남편, 그리고 토끼보다 재규어를 더 좋아하는 초등학생 딸로 구성된 동탄 2 신도시의 가족이 바로 그 주인공. 그들이 내뿜는 시크한 아우라 덕에 인테리어는 한여름 냉풍처럼 시원했지만, 집 안의 공기는 여느 봄날처럼 훈훈했다.


‘쿨’내 폴폴 풍기는 거실


한번쯤 다크한 컬러의 바닥재 시공을 꿈꾸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실천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화이트 계열의 바닥재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공간이 좁아 보이고 가구와 매치하기도 어렵기 때문. 서인영 씨는 과감하게 차콜그레이 컬러의 마루를 선택했다. 대신 벽과 천장은 화이트 컬러로 마감하고 가구와 소품은 컬러를 주되 따뜻한 계열보다는 차가운 컬러를 선택해 통일감을 주었다.



딥그린 컬러와 세트처럼 잘 어울리는 그림은 보컨셉에서 구매



딥그린 소파와 라운드 마블 테이블, 아이보리 스툴은 모두 비아인키노 제품



세련된 컬러 매치가 돋보이는 거실에 아침 햇살이 예쁘게 내려앉아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다.


오픈하거나 혹은 숨기거나, 키친&다이닝룸


자랑하고 싶은 공간은 확실히 보여주되 감추고 싶은 공간은 제대로 가리는 것, 인테리어 잘하는 방법 중 하나다. 주방 한 편에 가벽을 세워 지저분한 부분은 가리고 다이닝 공간에는 길고 널찍한 원목 테이블을 두어 따뜻한 느낌을 살렸다.



주방이 더욱 깔끔해 보이는 이유는 철저한 계산 하에 수납장을 짜 넣었기 때문. 싱크대 상부장과 하부장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냉장고와 김치 냉장고를 나란히 넣은 냉장고장 역시 기존 제품에서 쓸 수 있는 수납은 살리고 라인을 맞춰 추가로 수납 공간을 제작해 넣은 것이다.


단촐한 3인 가족이지만 다이닝 공간에는 6명이 거뜬히 앉을 수 있는 긴 테이블을 두고 그 위에는 스타일리시한 육각형 테이블 매트를 놓았다. 덕분에 언제나 뽐내고 싶은 공간으로 거듭났다.



다이닝 테이블 위에는 포인트가 되는 팬던트 조명을 달아 공간을 돋보이게 했다.


시크 하우스의 정수, 오픈 서재


사각사각 글씨 쓰는 소리, 스르륵 책장 넘기는 소리가 들릴 것 같은 서재는 원래 붙박이장이 있던 곳으로 레이아웃을 약간 변경해 전혀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오픈된 공간인만큼 고급스러운 느낌의 원목 상판을 사용했고 수납 가구도 모두 톤다운된 컬러를 선택해 전체 인테리어 분위기와 통일감을 주었다. 오늘도 이곳에서 엄마와 아빠는 회사에서 미처 처리하지 못한 업무를 마무리하고 아이는 책을 읽는다.



오픈된 공간이기에 의자 디자인 하나까지 신경 써서 골랐다. 디자인 체어는 보컨셉 오타와체어


호텔 스위트룸 같은 침실


공간 자체가 주는 미적 가치보다 사람이 잘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아름다움을 먼저 고민했던 서인영 씨는 침실 한 켠에 남편을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 남편이 침실에서 온전한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1인용 소파와 스툴을 놓은 것. 침대는 수납을 위해 높이감 있는 프레임을 선택한 것이 호텔식 침실을 갖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시크한 눈썹 베개와 베딩은 모두 드플레잉 제품, 새하얀 침실에 포인트가 되는 블루 소파와 옐로 스툴은 모두 비아인키노



침대 헤드 양 옆에 설치한 벽부등은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해 숙면을 취하도록 돕는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잠>마저 인테리어 소품인 양 침실과 잘 어우러진다.



침실의 철제 슬라이딩 도어를 스르륵 밀면 드레스룸으로 이어진다. 철제 도어는 공간을 분리시키는 기능을 하면서 인테리어적인 효과를 극대화 시킨다.


시크한 공주님을 위한 침실


초등학교 저학년 여자 아이를 위한 공간이라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 시크한 감성으로 무장한 세련된 아이 방. 엄마의 취향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알고 보면 아이가 좋아하는 요소들로 가득 차 있다. 역동적인 재규어를 표현한 베개와 풋프린트를 연상시키는 베딩은 이 방의 주인인 서진이가 직접 골랐고 협탁 위에는 시베리안 허스키 인형이 늠름한 자태를 뽐낸다.



“이곳은 천국이에요.”



엄마를 따라 공사를 끝마친 집을 보러 온 서진이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아이의 취향이 이토록 시크할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요즘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드플레잉 베딩의 프린트는 수작업으로 완성된다.



아이 방이라는 정체성을 보여주는 유일한 요소인 인형. 침실은 숙면을 위한 공간이므로 모든 아이 용품은 놀이방으로 옮기고 숙면을 위한 최소한의 아이템만으로 방을 채웠다.


부티크 호텔 같은 욕실


시크한 인테리어에 정점을 찍는 블랙 화장실은 미묘하게 차이나는 3가지 패턴의 블랙 타일을 바닥과 벽면에 시공해 완성했다. 수납장과 거울 프레임은 통일감을 위해 블랙 컬러로 선택하되 세면대와 위생 도기는 전체적인 균형을 위해 화이트 컬러를 골랐다. 일반 가정집에선 좀처럼 시도하기 힘든 시크하면서도 모던한 욕실은 부티크 호텔을 연상시킨다.



“새 아파트에 입주한다는 기대에 부풀어 처음 집을 보러 오던 날, 마감재부터 공간 레이아웃이 마음에 들지 않아 이사하는 것조차 꺼려졌어요.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시작한 공사를 이렇게 마치고 나니 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현실과 타협하는 것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취향껏 밀어붙이는 뚝심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둔 것 같아 정말 만족합니다.”



눈길조차 주기 싫었던 공간이 머물고 싶은 곳으로 바뀐 요즘, 안주인 서인영 씨는 오늘도 퇴근 후 그 로망의 공간을 향해 가벼운 발걸음을 옮긴다.



CREDIT

포토그래퍼 이호영

에디터 이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