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난 싼야, 휴양지로 괜찮을까

2018.09.18

가족과 함께 하이난 싼야로 휴가를 다녀온 생생솔직 뒷이야기


그런데 하이난이 어디야?



‘중국의 제주도’라는 별명도 있지만, 제주도보다 20배 정도, 경기도보다 3배 가까이 크다. 스케일이 다름. 중국의 1급 행정구역인 성(省)인 동시에 대만보다 약간 작은 제2의 섬(島)이다. 그래서 대부분 하이난 다녀왔다고 하면, 하이난 전체가 아닌 남쪽에 있는 도시 싼야(Sanya, 三亞)를 칭하기도 한다. 이 도시는 주로 중국과 유럽 부호들이 집을 지어 놓고 겨울에 휴양을 즐기러 오는 관광 도시다. 평소 50만 명 정도인 인구는 겨울 성수기만 되면 150만 명까지 늘어난다고 한다. 물가 또한 최대 8배까지 뛴다고 한다.


20년 전만 해도 하이난은 그냥 변방에 있는 섬이었다. 그런데 그 사이 부동산 붐이 일면서 특히 싼야 일대는 해운대 뺨을 후려칠 정도로 개발됐다. 지금도 곳곳에 높은 크레인이 건물을 쌓아 올리고 있고, 정부가 나서서 개발을 촉진하며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고 있다. 실례로 싼야 베이 맞은편에는 피닉스 아일랜드라는 인공섬이 있는데, 이곳의 어느 주상복합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는 35만 위안(약 6,000만원)을 넘기도 했다.


대용량 호가든이 반가웠던 대동해


리조트에서 나와 이 동네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해변, 대동해(다둥하이, 大東海)에 가보기로 했다. 리조트에서 콜택시를 부르니 콜비 5위안, 기본료 10위안부터 시작한다. 대동해는 맹그로브 리조트에서 차로 약 20분 거리에 있다. 택시 기사들은 전혀 영어를 못하니 행선지 주소를 미리 중국어로 적어서 글자로 보여주면 편하다. 수동 모델이 많아 가고 설 때 울컥거리긴 하지만 한국 택시보다 얌전하게 운전하는 편. 뒷자리는 안전벨트는 있지만 꽂는 버클이 없어 다소 어이가 없다.



대동해는 싼야 시내에서 3㎞ 정도 떨어진 해변으로 활처럼 길게 뻗어 있다. 길이는 2㎞에 달하고 일 년 내내 바닷물 온도가 20℃ 내외여서 해수욕하기 좋다. 파도가 좀 일렁이는 편이고 수심이 얕진 않아 괌, 사이판, 보라카이처럼 스노클링 하기엔 적당하지 않다. 그렇다고 서핑할 정도로 파도가 큰 것도 아니다. 그냥 경포대나 해운대 정도랄까? 간단하게 파도나 타면서 해수욕하는 외국인들이 많다.



애초 해수욕을 할 계획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발만 담가보기로 했다. 파도가 어찌나 오락가락하던지 잠깐 발을 담그는 사이 온몸을 덮쳐 옷이 다 젖긴 했지만. 그래도 날이 워낙 뜨거워 금방 말랐다. 야자수 그늘이 드리워진 곳은 시원했다. 해변이 바로 보이는 식당에 자리를 잡고 냉장 보관된 코코넛 열매를 시켜 마셨다. 순간, 정말 죽으란 법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더운 지역이라도 신은 이렇게 한 방에 갈증이 해소되는 열매를 두었다. 마시고 힘내라고.



애니메이션 <모아나>의 한국어 더빙판을 보면 이런 노래 가사가 나온다. 어느 말 하나 틀린 게 없다.



♬ 이걸 봐라 코코넛 아주 많지만 / 버릴 게 없다는 쓸모 많은 코코넛 / 실 뽑아서 그물 짜고 열매 안에 물 마셔 / 나뭇잎 불 피운 다음 좋은 나무 코코넛 / 좋은 나무 코코넛 울창한 숲은 자연이 내려 준 선물 ~♩



슬슬 배가 고파져 점심을 먹기 위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광장을 지나 썸머몰 맞은편에 있는 ‘돌핀’이라는 웨스턴 스타일의 바에 갔다.



https://goo.gl/maps/DQtvnUAYvF52





허기를 달래기 위해 왔지만 오자마자 맥주 리스트부터 봤다. 아ㄴ ㅣ, 그런ㄷ ㅔ.. 가드니, 우리 호가드니가 있는 게 아닌가!! 그것도 이따시만한 크기로!!



아, 이 얼마나 오랜만에 맛보는 오리지널의 호가든의 맛인가! 2008년부터 한국에 파는 호가든은 OB맥주가 라이선스를 가져와 국내에서 직접 만들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맛없... 벨기에에서 만든 게 훨씬 맛있다. 그때부터 외국에 나가면 호가든을 찾는 버릇이 생겼다고... 아무튼 수제 버거의 패티 역시 고급지고 맛났다. 호가든이랑은 뭘 먹어도 맛있다. 저 맛, 저 크기 며칠 동안 잊지 못할 거 같다.



돌핀 위층엔 발 마사지 집이 있다. 이 동네 관광 레퍼토리인 듯. 총 90분 동안 발 마사지를 해주는데, 가격이 엄청 착하다. 1인당 118위안. 약 2만원 정도인데 발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전신 마사지도 서비스로 해주며 음료와 과일도 준다. 기운 좋은 청년들이 해줬는데, 다시 태어난 듯 서비스가 너무 좋아 20위안씩 팁도 줬다.



발의 피로도 풀었겠다, 뇌의 피로를 풀기 위해 맞은편 썸머몰의 스타벅스로 향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이틀 동안 안 마셨을 뿐인데, 금단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 그런데 여기 직원 ‘아.이.스.카.페.아.메.리.카.노’를 못 알아듣는 게 아닌가! 지들 메뉴판에 있는 걸 그대로 읽어줬는데도 못 알아듣는다. 순간 뜨악했지만, 뒤에 사람이 많아 어쩔 수 없이 간판으로 내세운 콜드 브루를 가리키니 그건 알아듣는다. 내 발음이 문제인지, 억양이 문제인지 그 ㄴ ㅕ 석이 문제인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꿩 대신 닭으로 콜드 브루를 받아 왔다. 말캉말캉 보드라워진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시원한 콜드 브루와 케이크를 먹으니 온몸이 정화되는 듯했다.



썸머몰에서 나와 대동해 광장을 건너면 저 멀리 파인애플 모양을 한 노랑 건물이 보인다. 이름하여 파인애플 몰! 모양만 특이한 일반 쇼핑몰이다. 여기 미니소에 들렀다. 미니소는 일본의 디자이너 미야케 준야와 중국의 기업가 예궈푸가 함께 만든 유통 브랜드로 자체 디자이너들이 고안한 상품을 파는 걸로 유명하다. 2013년 9월 중국 광저우에서 1호점이 생겼고 현재 40개가 넘는 나라에 진출했다. 숙수그레한 물건들이 즐비한데, 대부분 여성의 손길을 유혹하는 것들이다.



딱히 지갑을 열 만한 아이템은 보이지 않아 나와서 한 블록 옆에 있는 왕하오 마트(旺豪超市)에 갔다. 마트에 워낙 절도 사건이 많이 일어나 가방이 있으면 요렇게 가방을 밀봉해서 들어가야 한다.



마트엔 이것저것 잡다한 걸 많이 팔고 있었으나, 당최 뭔지 알아야 사든 말든. 어리바리하게 돌아다니고 있으니 어떤 아주머니가 소주잔 크기의 종이컵에 우유 같은 걸 따라주더니 무조건 맥인다. 막 맥인다. 막 먹어봤더니 달콤한 게 맛있었다. 코코넛 밀크라고. 조금 호응을 보이자 사탕이며 커피며 막 맥인다. 맛이 없으면 모를까, 맛있어서 계속 먹게 된다. 결국 이렇게 막 사게 된다.

그냥 한 번쯤 가볼 만한 푸싱지에


푸싱지에(步行街)는 ‘뿌싱지에’라고도 표기하는데, 중국어로 보행자 거리라는 뜻이다. 서울의 명동이나 홍대 거리처럼 옷 가게와 식당들이 늘어서 있는 중심가다. 가는 방법은 택시 기사에게 ‘步行街’라고 쓰인 쪽지를 보여줘도 되고, 호텔이나 리조트에서 콜택시를 부를 때 직원에게 말해도 된다.



https://goo.gl/maps/RH5XLPSS5V32


거리의 초입은 이렇게 생겼다. 눈에 익은 왓슨과 맥도날드, 피자헛 등이 여기가 시내라고 알려준다.



거리 가운데에는 보석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하이난은 천연 수정과 바다 진주가 유명하다. 마오쩌둥 주석 기념당에 있는 수정 관도 여기에서 난 수정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귀금속에 관심이 없어서 패스.


눈길을 사로잡은 건 바로 요 녀석들. 실제로 관광객이 가장 많이 붐비는 가게는 요런 아기자기한 물품을 파는 데다. 가격대는 25위안 내외.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옷 가게들을 기웃거려봤다. 지오다노도 보였는데 중국에서 지오다노는 고급스러운 브랜드로 포지셔닝 해서 좀 알아준다고 한다. 1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의 빈폴이나 폴로 급 정도랄까? 거리와 붙어 있는 쇼핑몰 안으로 들어가 보지만 시원하다는 장점 빼곤 역시 득템할 건 없었다.


‘코코’라는 음료 가게에서 망고 주스를 하나 사 먹었는데, 나오기까지 오래 걸리긴 했지만, 아, 이거 정말 맛이 기가 막혔다.



런치 타임. 쇼핑몰 안에 나름 맛 집으로 유명한 香港喜喜茶餐厅로 향했다. 위치는 왓슨 건너편 맥도날드 건물 3층이다. 강남 스타일(Jinang Nan) 요리 전문점이다. 중국에도 강남(江南로) 지역이 있는데, 양쯔 강 이남 지역으로 현재 행정 구역상으로는 장쑤성·안후이 성·저장 성 등을 아우른다.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메뉴판이 영어와 그림으로 돼 있고, 영어를 쓸 줄 아는 스태프가 있다는 것! 엄청 편리하고 반가운 것!


그리고 엄청 맛있다는 것!


포장도 된다는 것!


며칠 동안 싼야에서 먹은 음식 중 가장 중국스러우면서 맛있었다. 그래, 너네 세계 3대 미식 국가 인정. 배를 든든히 채운 후 마지막 코스로 왕하오 슈퍼마켓으로 향했다. 식당에서 한 블록 거리다.


이 곳은 현지인들도 많이 찾는 슈퍼마켓이다. 여기서 선물로 줄 코코넛 사탕과 커피를 사고 다시 택시를 타고 리조트로 돌아왔다.


사실 푸싱지에는 그리 오래 머물 곳은 못 됐다. 덥고, 시끄럽고, 복잡하고, 지저분하고. 차들은 왜 그리도 경적을 울려대는지.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하이난은 중국의 남쪽 끝에 대륙과 떨어져 있지만 그래도 중국이었다. 대륙에서 경험할 수 있는 문화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 도로엔 자동차의 클랙슨 소리가 불협화음을 이루며 고음 대결을 펼치고, 싼야는 관광 도시긴 하지만 영어는 거의 통하지 않고, 아무리 좋은 쇼핑몰이라도 공중 화장실은 발을 들여놓기 싫을 정도로 지저분하다. 하지만 생각보다 사람들은 친절했고, 불편한 호객 행위는 없었으며, 바가지를 쓰진 않았다. 날은 더웠지만 그늘 아랜 시원했고, 맥주와 코코넛 열매는 카타르시스에 가까운 갈증 해소를 선물했다.



하이난은 역사와 자연은 그 자체로 관광 상품이 됐다. 3,000년 전부터 이곳에 정착해 살았다는 리족의 마을, 중국 유일의 원숭이 보호 지역인 난완허우다오(원숭이 섬), 자유의 여신상처럼 웅장한 자태로 우뚝 서있는 해수관음상 등 둘러볼 데도 많다. 유네스코가 쿠바의 수도 아바나와 함께 세계 2대 청정지역으로 선정할 정도로 맑은 해변은 수심 20~30m 정도는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깨끗하다. 그러기에 하이난은 적어도 3개월은 살아보고 싶을 정도로 아쉬움이 남았다. 중국 부호들이 잠시 다녀가는 게 아니라 왜 여기에 집을 짓는지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이해가 됐다.